아카식의 잡다한 리뷰시리즈 - 프리크리(FLCL)

 

FLCL(2000, GAINAX)
베스파와 기타가 너무나도 멋지지 않은가!



 이것이 아스트랄 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프리크리를 보고, 또 보여주며 보아온 사람들을 보면 나를 포함해서 단 한 번에 이 애니메이션을 이해한 사람은 아마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사람들은 독서기피증에 이해력이 조금 부족한 아이부터 대한민국에서 소위 명문대라 칭해지는 곳의 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굳이 좋은 대학을 다니는 공부 잘하는 놈이라고 해서 작품을 해석하는 눈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고 바보취급 받던 아이라고 무조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는 바보 같은 소리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이 ‘프리크리’는 그러한 통찰력이 작품을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나오타는 나이에 비해 원숙한 느낌을 가지는 초등학생. 그리고 그와 대조적인 약간 칠칠맞은 여고생인 마미미. 그리고 갑자기 그들을 습격해오는 자칭 우주인 하루코. 이 셋의 기묘한 삼각관계 속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평범한 일상, ‘굉장한 일이란 건 안 일어나.’ 라고 말하는 나오타는 어느 날 갑작스레 등장한 하루코에게 베스파로 치이고 기타로 얻어맞으며 평범한 일상을 탈취 당하게 된다. 갑작스레 이마에서 돋아난 뿔. 보통 이마에선 뿔 따위 자라지 않는다고 이봐. 이후로 마미미의 충격에 반응하여 뿔에선 갑작스레 정체불명의 메카가 솟아나오질 않나, 이 애니의 진행방식은 도저히 일반적인 상식으론 이해가 되질 않는 아스트랄한 전개이다.

나오타의 뿔에서 소환된 메카닉들[..]



 이 작품을 처음 보면서 '이 장면은 대체 무슨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수도 없이 던져 보았다. 과연 이 장면은 무엇에 대한 암시일까? 처음 그걸 보면서 아무 연관성 없어보이던 것이 반복하며 감상하면서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온 결론.

 ‘별 의미 없다.’


물론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장면이 가지는 의미는 진행에 있어서 너무나도 미미한 정도. 다시 말해 너무나도 무언가 있어보이게 연출한 장면이지만 실은 크게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도무지 파악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점. 이것은 가이낙스가 노리고 만든 것인지 아니면 사소한 연출을 사람들이 짚고 넘어가기를 기대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자라면 난독증을 앓고 계신 여러 분들을 상대로는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 하겠다.


 당시 가이낙스 애니메이션의 특징이 있었다. 특히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국내에서 대 히트를 치고 입방아에 오르던 시절.

‘무슨 내용인지 모르기 때문에 명작인거야!’ 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견해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연령층이 학생이었던 점도 있었지만, 실제로 에반게리온을 본 후 많은 사람들이 품은 생각.


 ‘대체 이건 뭔 내용이야?’


사실 에반게리온처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흥미로운 작품도 드물다. 물론 ‘파고들었을 때’의 일이다. 파고들기 귀찮은 건 둘째고 아무래도 성경 쪽은 거들떠 본 적도 없으니[..] 물론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고독과 소외감등을 다루며 나름 의식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는 것은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뭔 내용인지 알아쳐먹지도 못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흥미를 느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따졌을 때 에반게리온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야 당시로선 생각하기 힘들었던 잔인무도한 폭력성, 그리고 그 연출력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로써 많은 사람들이 아기공룡둘리나 까치 등에서 찾을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의 재패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하였을 것이다.


 어쨌든 본문으로 돌아와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기 때문에 명작인거야!’ 라는 견해를 이어줄 만한 작품이 바로 프리크리이다. 시기상으로도 에반게리온 다음 작품이었기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반대로 에바로 심란해진 정신을 정화하라, 라는 의미로 보고 싶다. 에바의 폭력성, 고뇌, 고독함에 비해 프리크리는 말 그대로 유쾌함 그 자체이다. 물론 나 같은 사람들은 인상 쓰고 작품을 파헤쳐보고 싶었지만 출구쯤에 도착해서는 허탈 해 지는 작품이었지만(웃음).

만화형식의 독특한 연출도 선보였다.

 

이야기의 구조는 간단하다.

하루하라 하루코 또는 하루하라하루 그녀는 아토무스크라는 남자를 찾아 손에 넣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고, 그에 나오타가 도움을 주는 데에 적합할 뿐. 그것에 이용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루코를 좋아하기에 그녀에게 협조한다. 그 결말을 이해하고 있었으면서도, 그녀를 좋아하는 아버지에게 질투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위치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나오타의 모습에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살짝 품게끔 한다. 하지만 결국 그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오타에게 나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러한 작품이었다. 물론 최후의 나오타의 모습은 정말 ‘성장’의 감동을 느끼게 해 주는 장면이랄까.




사실 나오타의 성장이 이 작품의 묘미. (묘하게 최근 그렌라간의 시몬이 카미나化되고 있는 것이 걸린다)



 연출에 있어서


프리크리라는 작품을 떠나 가이낙스에 있어서 연출력이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특히 당시로서는 더더욱. 하지만 프리크리가 다른 독보적인 위치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역시 프리크리에 항상 붙는 OST이다. 솔직히 일본 음악에 관심을 두고 심층적으로 파고들진 않았지만 The pillows의 앨범이 통째로 들어간 프리크리.. 도저히 지르지 않을 수가 없는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배경음으로 잔잔히 깔리는 보컬곡 하나하나가 정말 대단한 명곡들이라 밤새 앨범을 돌려들으며 다음날 수업에 늦는 일도 잦았다. 뿐만 아니라 메카들이 뒤엉켜 싸우는 모습은 과연 가이낙스! 라는 느낌이 나는 훌륭한 모습이다. 요즘처럼 형편없는 작화나 써먹는 양산형 애니메이션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런 점에 있어서 현 애니계의 선두주자인 쿄토의 작화는 분명 뛰어나긴 하지만 정감이 떨어지는 딱딱한 그림체라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는다.


 

끝으로


단지 6화가 끝인 OVA이다. 장면 하나하나의 연출에 감탄하다 보면 금방 6화 째에 돌입한 당신을 볼 수 있을 듯. 하지만 정신없는 진행과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에 지쳐 2화 쯤 가서 지치는 사람도 여럿 있다. 하지만 나오타의 한방한방과 성장해나가는 모습 그에 어우러지는 훌륭한 음악에 취하면 정말 가이낙스의 센스에 감탄하게 된다. 물론 살짝살짝 등장하는 패러디까지도.


사담이지만 프리크리 이후로 베스파와 기타에 큰 관심이 생겼다(웃음)

 

by 아카식 | 2007/09/12 19:20 | 리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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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그린필드 at 2007/09/12 19:31
잘 썼구나.
다만 너나 나나 '이건 의미없다' 하고 자신있게 단정지었는데 지나가던 분이
'ㅋ... 거기엔 이러쿵저러쿵한 심오한 의미가 있는데요' 하면 좀무...
Commented by 기린 at 2007/09/12 19:33
저도 이후로 베스파에 관심이 생겼고 그것이 허니클로인해 굉장한 관심으로...
각설하고 굉장한 연출력에 뜨악!!! 하면서 단숨에 6화까지 달렸었죠. 그리고 곧바로 필로우즈의 노래도 달고살고.
확실히 정신은 없지만 꽤나 여러가지 남겨줬던 애니라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아카식 at 2007/09/12 19:47
그린필드 / 뭐 여러번 보면서 나름 자신감이 생겨서 쓴 것이니 걱정 안한단다 라지만 소심해서 ㅎㄷㄷ..

기린 / 그렇군요. 허니와 클로버에서도 으음[..] 확실히 프리크리는 참 의미있는 애니메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베스파값은 너무 비ㅆ...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7/09/16 15:15
친구 블로그 대문 장식 작품이었는데 그림이 예쁘군....하고 넘어갔던 기억만 나네요.; 시간 나면 한번 봐야겠습니다~ 링크하고 가요.^^
Commented by 아카식 at 2007/09/16 22:54
핀투리키오 / 봐두시면 좋을 작품입니다. ^^
Commented by d at 2009/06/27 01:24
이 애니는 그냥 가이낙스에서 새로운 스타일 연구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알고있습니다. 그러닌까 실험용 애니라고 해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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