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 대중화 논란

 

  소위 장르문학이라는 것이 있다. 순수문학과 비교되는 의미로써 생겨난 신조어인데, 최근 젊고 어린 층의 인기를 받는 판타지 소설과 라이트노벨이 그 예이다. 판타지소설은 90년대 PC통신이 성황을 누리면서 국내에 등장하였는데, 이영도가 97년 하이텔에 ‘드래곤 라자’를 연재하면서 ‘퇴마록(1994)’ 등과 함께 판타지소설의 큰 붐을 일으키게 되었다. 당시 PC통신에 연재하여 90년대 후반부터 책으로 발간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PC통신에 연재하여 출판된 작가들은 보통 판타지 소설 작가 1세대라고 일컬어진다. 이들은 기존 문학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많이 보였으며, 뒤이어지는 수많은 양산형 판타지소설들의 모태가 되어 그 입지를 단단히 굳히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의 경우 2004년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게재가 되기도 하는 등, 문학적인 가치도 크게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판타지소설의 열풍은 주 독자층이던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철없는 대학생들에게 헛된 꿈과 희망을 심어주게 되었으며, 그 결과 수많은 나무들이 베어져 양산형 판타지 소설들이 성행하게 되었다. 많은 독자들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책들에 실망하여 떠나갔고, 미련을 끊지 못한 사람들만 개중에 수작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 가면서 읽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렇게 장르문학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것에 문학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시작했다. 실제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전적이 있는 이영도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라이트노벨도 비슷한 경우인데, 최근 일본에서 유입되던 것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출판되기 시작되었다. 라이트노벨은 시각적인 이미지 표현을 강조하는 엔터테인먼트소설인데, 재패니메이션을 소설화한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어(실제로 그러한 경우도 있다), 일본 오타쿠문화의 대표적인 예로 제시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장르문학은 그 문학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 개인적으론 분명히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영도의 작품은 판타지소설에서의 문학적 가치를 충분히 어필했으며, 라이트노벨도 자체적인 상들을 만들어 걸출한 인재들을 뽑아내고 있어, 그 매니아층도 예전 판타지 이상으로 두텁다. 문제는 이런 장르문학의 규모에 비해 작품성을 인정할 만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장르문학은 대부분이(특히 판타지소설의 경우) 도서대여점에서 빌려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단 찍어내기만 하면 일정 권수는 팔린다는 인식으로 너무나도 무분별하게 발행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말 ‘한두 작품만을 위해서 장르문학의 문학성을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는가.


  라이트노벨의 경우 이제 막 국내에서도 발간되기 시작하여 비교적 싼 가격에, 대여점에 공급하지 않으며, 책을 직접 사서 보게끔 하는 판매 전략으로 같은 장르문학인 판타지소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또 무분별한 양산화를 겪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을뿐더러, 슬슬 그러한 조짐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본고장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 개성 없는 아류작들만 보이고 있으니, 너무나도 뻔히 판타지소설의 뒤를 따르고 있지 않는가. 국내작가들은 그렇게나 우둔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상업성에 찌들어 적당히 판매고만 올리려는 수작인지 모르겠으나 너무나도 더럽고 추해 보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글이 장르문학을 진정한 문학의 한 장르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슬플 따름이다.



랄까.

뭐 라이트노벨본다고 오타쿠인 것도 아니고, 판타지도 이영도빼고 다 허접쓰레기작가인것도 아니고, 하지만 정작 까려고 보면 이렇게 보인다는게 너무 슬프다.

빙산의 일각을 보고 판단하자는 것은 무모한 일이지만..  

by 아카식 | 2007/11/26 01:34 | 고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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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그린필드 at 2007/11/26 01:50
작품성을 인정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는 건 좀 오버고. 사실상 나는 대충 절반치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음.
마지막 문단 얘기는 뭐 보나마나 시드노벨 얘긴데... 그건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반응밖엔 못하겠쟤. 이것도 나름대로 평이 절반치기 정도고.
Commented by 그린필드 at 2007/11/26 01:54
그러고보니 사실 제일 큰 문제는 요즘 라이트노벨이나 판타지 읽는 계층이 대체로 고전이나 정통파 문학은 끽도 안하고 그것만 줄창 편식하는 것처럼 쓰는 애들도 아주 기본적인 문학적 소양도 갖추지 않은 채 그저 흥미거리로만 써갈기는 '작가'들이 많아진 거. 그러다보니 요새 저런 것들 보면 두드러지는 게 그저 '오락성' 뿐이라는 건 좀 문제라고 생각함.
Commented by 아카식 at 2007/11/26 13:16
그린필드 / 아무리 요즘 소잿거리와, 스토리로 승부를 건다지만 보면서 구조가 엉망인 것은 좀 흉한면이 없잖아 있고.. 이제 전업작가라는 것은 옛말이 되어가는듯... 작가는 부업일 뿐인가 결국[..]
Commented by Granduke at 2007/11/26 16:06
시드 노벨은 확실히 실망일색...ㅜㅜ
Commented by 쿠헐 at 2007/11/26 22:56
장르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장르 자체가 문학성이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쓰는 사람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문학성이 달린 것 같습니다.
문제는 현제 양판소설쪽이 시작된 것은 작가뿐 아니라,
그걸 읽는 독자쪽에서도 문제가 있기에 문학장르로의 인정은 커녕,
이런 저런 구설수에 휩쓸리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바램을 적자면,
이영도씨, 피마새 다음 소설 언제 내실까요??
Commented by 아카식 at 2007/11/27 12:38
G / 사실...내용을 둘째치고서라도 여러가지로 걸리는 부분이 많아서..

쿠헐 / 음음 동감합니다. 승리의 이영도![?]
Commented by 샤랑 at 2007/12/20 20:08
링크해갑니다 >_<;;
Commented by 내생각 at 2008/11/06 18:42
난 솔직히 드래곤라자는 판타지보단 철학적인 얘기도잇던데
이거 말고 영 판티지소설 별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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